[소향] #제작, 결국 현실과 타협하다
파우치 제작 업체와 미팅
사실 위 디자인은 설문조사의 결과에 따라 진행하지 않은 부분이 하나 있다. 바로 배경색이다. 설문조사에서는 선호하는 배경색을 검은색 또는 네이비 계열로 나왔다. 꾸준히 사용하다 보면 자연스레 때가 타는데 어두운 계열이 때가 덜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내심 아이보리나 베이지 계열로 하고 싶었다. 그래서 위의 디자인이 나왔다.
그리고 위 디자인을 가지고 우리가 선정한 파우치 제작 업체를 찾아갔다. 주변에서는 어느 정도 아는 척을 해야 사기 안 당하고 흥정을 잘할 수 있다고 하는데 애매하게 아는 척을 해봤자 손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냥 솔직하게 말하고 미팅을 진행했다. 다행히 이전 유선전화로 소통을 했을 때처럼 친절히 설명해주셨고, 보편적으로 많이 하는 원단과 재질, 방식 등을 알려주셨다. 그래도 조금은 조사하고 간 상태여서 여러 가지 따져보고 결정을 지었다. 추가로 실제 사이즈를 팀원들끼리 확인해보라고 불량 샘플들을 너무 많이 주셨다. 그래서 회의할 때 수월하게 의사결정을 하였다.
아, 그리고 이 업체에 대해서 더욱 신뢰가 갔던 이유 중 하나가 우리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여러 레퍼런스를 조사했는데 내가 자주 참고했던 크라우드 펀딩 프로젝트 굿즈를 제작한 업체라고 했다. 실제로도 불량 샘플 중 하나를 그 파우치로 받았다. 이러면 못 참지.
[섬 컴퍼니]제주 자연을 담아 낸 아이패드, 노트북 파우치
[섬 컴퍼니]제주 자연의 따뜻한 색감과 아름다움을 담아 낸 아이패드, 노트북 파우치입니다.
www.tumblbug.com
현실과 타협하여 디자인을 수정하다
근데 미팅을 하면서 업체 측에서 제안한 게 몇 가지가 있었다.
1. 강아지와 고양이를 따로 제작하지 말고 같이 있는 디자인으로 제작하는 것을 추천한다.
→ 디자인별로 공정 세팅비가 들기 때문에 따로 제작하면 비용이 2배가 된다.
2. 한 파우치에 강아지와 고양이 캐릭터를 따로 두지 말고 이미지를 약간이라도 겹치게 하는 것을 추천한다.
→ 캐릭터를 따로 두면 자수를 2개 제작해야 해서 약간이라도 겹치게 하면 자수가 1개로 제작되어 단가가 싸진다.
3. 배경색은 밝은 것보다 어두운 색을 추천한다.
→ 제품 제작 후 보관에 따라 밝은 색은 착색 및 오염될 확률이 있어 불량률이 높다.
1번의 경우, 강아지 파우치와 고양이 파우치 2종류로 출시하면 당연히 둘은 다른 제품이기 때문에 따로 공정을 세팅해야 하며, 그로 인해 공정 세팅비가 2번 들게 된다고 했다. 거기서는 '펀칭 비'라고 칭하며, 이 펀칭 비가 난이도에 따라 10 ~ 20만 원으로 든다고 했다. 업체에서는 우리가 소량생산을 요청했던 만큼 자금이 막 많지 않을 것 같다고 판단했는지 디자인을 수정해서 1종류로 출시하는 게 어떻냐고 추천해줬다.
그리고 1종류로 디자인을 변경하게 되면 2번에서 언급했듯이, 캐릭터들을 약간 겹치게 해서 자수를 한 개로 만드는 것을 추천했다. 여기서 자수란, 위 사진의 무직 타이거나 펭귄처럼 하나의 형태로 캐릭터를 표시하는 물건을 뜻한다. 그래서 강아지와 고양이를 따로 떨어트려 디자인하게 되면 자수가 2개가 되어 자수 비용도 2배가 된다고 한다. 자수 단가도 난이도에 따라 3 ~ 4천 원으로 책정되었고, 이건 하나 만들 때마다 추가가 되기 때문에 꽤나 영향이 가는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3번의 경우, 밝은 색으로 하면 불량률이 많아진다고 했다. 공장이 항상 깨끗할 수 없기 때문에 파우치를 제작해도 실수로 바닥에 떨어트리게 되면 바로 먼지가 묻고, 그게 이어지면 상품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덜 티가 나는 어두운 계열을 추천하셨다.
그래서 이 제안들을 우리 디렉터들에게 공유했고, 바로 내려가서 회의를 진행했다. 이전에 프로젝트 활동 전에 협약서를 다 같이 작성했는데 자금 집행을 제외한 나머지 의사결정은 수평적으로 진행하자는 항목이 있었다. 이번 사항의 경우 자금 집행과 관련된 부분이 크다 보니 내 의결권의 비중이 컸다. 그래도 디렉터들에게 잘 설득을 하고 정해야하기 때문에 회의 때 충분한 설명과 주장, 근거를 제시했다. 다행히 디렉터들은 찬성했고, 업체에서 추천했던 것처럼 진행하기로 했다.
파우치, 키링 디자인_최최최초치최최최최초치최최종.ai
결국 디자인을 변경해야 하기 때문에 모든 디렉터들이 갑자기 바빠지기 시작했고, 일주일 만에 새롭게 디자인을 뽑았다. 역시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 다들 열심히 하ㄴ 물론 이 디자인이 나오기까지도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다. 폴라로이드 사진 형식으로 하자는 의견도 있었고, 물을 엎지르는 행동을 묘사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다가 소파 의견이 우연히 나왔고, 시안도 괜찮게 나와서 바로 진행을 시켰다. 그래서 나온 것이 위 디자인이다.
파우치 디자인이 완성되고, 바로 키링 디자인도 진행을 했다. 이전 설문조사의 결과로 키링의 천 스트랩 내 문구를 유기동물과 관련된 문구로 넣어달라는 결과가 많았기 때문에 'ADOPT ANIMALS'를 넣었다. 유기동물이든 반려동물이든 모두 생명 체고, 사고파는 물건이 아니기 때문에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다.
여담이지만, 키링도 샘플 요청이 가능하다고 하여 당연히 샘플 요청을 했다. 근데 불량으로 왔다. 요청했을 땐 배경색을 흰색, 글자색을 네이비였는데 반대로 와버렸다. 샘플을 가지고 제품 촬영을 하려고 했는데 샘플이 불량이어서 많이 화가 난 상태였다. 심지어 불량으로 온 천 스트랩의 배경색이 네이비도 아니고 #000000이었다. 아니 이 무슨,,